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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건축

피터 줌터의 발스 온천

by eau de vie 2022.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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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스온천경관
© Andrea Ceriani

감각적인 물성과 장소에 대한 관심으로 유명한 2009년 프리츠커 수상자 피터 줌 터(Peter Zumthor)는 21세기의 가장 존경받는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피터 줌 터는 1년의 시차를 두고 완공된 발스 온천(1996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1997년)로 유명해졌다. 동시대 건축가들이 기술, 문화, 이론의 가치에 집중하는 것에 반해, 피터 줌 터의 건축은 각기 다른 건축물이 제공하는 경험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줌 터의 첫 번 째 직업은 목수의 수습생이었다. 이후에 그는 고향인 바젤과 뉴욕에서 건축을 공부하였고, 스위스의 그라우뷘덴에서 보존 건축가(conservation architect)로 일했다. 두 개의 직업 덕분에, 그는 공예품 제작 경험을 쌓았고 재료에 대해 섬세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발스온천자연
© Andrea Ceriani

줌 터의 건축 스타일은 마르틴 하이데거(독일의 실존철학자)의 현상학(나의 의식과 완전히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은 없다는 학문이다. 이미 ‘그 무엇’은 의식을 통해서 드러나는 ‘그 무엇’이다. 순수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건축은 양질의 감각과 경험을 제일 중요시한다. 줌 터는 건축물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건축물을 직접 경험하는 것에서 온다고 믿기 때문에, 그의 건축 프로젝트를 굳이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지도 않는다. 또한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거의 하지 않고 스위스 알프스 마을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작업한다. 이러다 보니 줌 터는 은둔자와 현자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할 것이라는 신기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발스온천입면
© Andrea Ceriani

분명한 것은 그의 작품이 건축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그의 건물은 신비하고 매력적이지만 특정한 스타일이나 형식적인 선입견에 갇혀있지 않다. 그는 미학보다는 맥락, 경험, 물성에 중점을 둔다. 건축에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와 경험의 진정한 의미를 건축에 담는 것이다.

발스온천탕에서찍은사진
© Andrea Ceriani

피터 줌 터의 유명한 작품인 발스 온천(Therme Vals)을 알아보자. 

발스온천계단내려가는길
© Andrea Ceriani

스위스 그라우뷘덴의 하나뿐인 온천 위에 지어진 발스 온천은 감각과 경험을 완벽하게 결합한 호텔 겸 스파이다.

잔디에반쯤묻힌발스온천
© Andrea Ceriani

줌 터의 아이디어는 스파를 동굴이나 채석장 같은 구조로 만드는 것이었다. 온천은 언덕에 반쯤 묻혀 있는 잔디로 마감된 지붕 밑에 위치하여서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잔디밭이 온천의 지붕 역할을 한다.

발스온천잔디지붕
© Andrea Ceriani

온천의 벽은 그 지역의 규암을 서로 다른 사이즈로 조합한 모듈이 층층이 쌓은 것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다양한 두께의 돌이 있기 때문에 한층 자연의 느낌이 더욱 살고 이 건축물에서 존경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발스온천돌벽
© Wikimedia

이 공간은 방문객들이 고대 시대 목욕의 장점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빛과 그림자, 개방 공간과 밀폐 공간의 균형적 조합과 선형 요소들은 매우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발스온천내부

비정형적으로 보이는 온천의 내부는 사실 철저하게 목적을 가지고 설계된 순환 경로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목욕하는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영역을 탐색해서 다닌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이미 결정된 특정 지점으로 가는 것이다. 온천의 사람들의 시야는 피터의 설계 안에서 제어된다. 피터는 의도적으로 뷰를 보여주기도 하고 가리기도 한다.

발스온천슬릿
© Andrea Ceriani

피터 줌 터에게 영감을 준 요소들은 “산속 돌의 신비로움, 어둠 혹은 빛, 물이나 수증기에 반사되는 빛, 끓는 물이 돌과 만나며 내는 고유의 소리, 따뜻한 돌이 맨살에 닿는 촉감, 목욕이라는 의식”이다. 그 결과 돌로 둘러싸인 어두운 공간에 가느다란 줄기의 빛이 새어 들어오게 되었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신체와 겨루는 게 아니라 신체가 돋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발스온천신비로운계단
© Andrea Ceriani

"산과 돌과 물: 돌 안에 짓고, 돌로 짓고, 산 안에 짓고, 산 밖으로 짓고, 산 안에 있게 되는 것. 산과 돌과 물에서 떠오르는 의미와 느껴지는 감각을 건축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
-피터 줌 터-

 

설계: Peter Zumthor
연도 : 1996
사진: Andrea Ceriani
위치: 스위스, 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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