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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건축

도시에게 자연을 쥐여 준다면(피터줌터, 서펜타인 갤러리)

by eau de vie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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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가 2011년에 공개한 11번째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디자인을 알아보자.

'긴장에서 벗어나, 공간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공간'

 

이 파빌리온은 영국에서 줌터가 첫 번째로 완성한 공간이다.

파빌리온의 콘셉트는 1. 울타리 두른 정원 2. 명상 공간 3. 정원 안의 정원이다.

이 건물은 마치 실내 정원의 꽃과 자연의 빛에게 그들이 빛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준다.

칠흑 같은 어둠과 그늘을 통과하면 잔디밭을 따라 건물로 들어간다.

그러고는 중앙 정원이 짜잔- 하고 등장하는데, 이 공간은 도시 런던이 담은 소리와 향기를 압축하여 담아낸 공간이다.

런던의 아름다움을 잔뜩 머금은 정원에서 사람들은 앉고, 걷고, 그러다가 잠시 멈춰 꽃을 감상한다.

도시의 분위기에 자연을 쥐여 주니 잠깐의 틈이 생긴다.

사람들이 원하는 그 잠시, 그 찰나를 줌터는 지켜준다.

이 잠깐의 틈은 그들이 너무나도 원하던 것이기에 이 공간에서의 기억은 꽤나 강렬하고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파빌리온에게 심장이 있다면, 그 심장은 정원일 것이다.

정원에서 사람들은 관찰자가 되어 주변의 것들을 관찰한다.

도시의 우리는 관찰하기보다는 관찰당하는 것에 익숙하다.

나를 둘러싼 cctv, 과속방지 카메라부터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시선들까지.

끝을 종잡을 수 없는 저 경계 너머서까지 마치 나를 관찰하는 것만 같다.

 

 

줌터는 사람들이 공간에서 겪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피터 줌터의 유명한 건축물인 발스 온천(스위스)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감각을 느끼고 영적인 경험을 하게 만든다.

딱 떨어지면서도 심플한 공간을 지어두고, 빛을 통해 재료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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